어제가 현충일이었다. 평소에는 그냥 쉬는 날로 지나치기 쉬운데, 올해는 좀 다르게 다가왔다. 부산 토박이로 살면서도 현충일의 의미를 제대로 곱씹어본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마침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일이 있어서 도심 곳곳에서 태극기를 본 순간, 뭔가 찡한 게 올라오더라. 버스 안에서 본 한 할아버지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참전용사이셨을까? 그분의 표정에서 자부심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사실 올해 현충일은 유난히 나들이 인파가 많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속도로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30분 걸릴 정도로 혼잡했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그 날 부산 시내에서 걸어 다니며 도시의 텅 빈 듯한 정적을 즐겼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때때로 생각할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충일 당일 부산역 이용객이 평소보다 30% 감소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나는 한적한 도심을 만끽할 수 있었다.
광안리 해변을 천천히 걷는데, 바람이 제법 시원했다. 가끔 이런 날이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20대 중반,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주는 느긋함과 따뜻함이 작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현충일에 떠오른 건 단순한 쉼이 아니라, 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해변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문득 6·25 전쟁 당시 이곳이 피난민들로 가득했을 모습을 상상해봤다. 지금의 평화로운 풍경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깨달았다.
부산에는 생각보다 현충일을 기념하는 작은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렸다. UN기념공원은 특히 조용하고 엄숙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그들도 이 날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고 방문한 듯했다.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주변을 바라봤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마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공원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에는 2,300여 명의 유엔군 전사자가 잠들어 있다고 한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점심때쯤 자갈치 시장 근처에 들렀다. 역시 현충일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한산했다. 아주머니들은 여전히 활기차게 손님을 맞이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다. 나는 회 한 접시를 시켜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었다. BTS 부산 공연 관련 기사도 눈에 띄었다. 국립한국해양대가 공연 관람객에게 게스트하우스를 개방했다는 소식이었다.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대학이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갈치 아주머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즘 손님이 줄었지만 현충일에는 묵념이라도 하며 보낸다”고 하셨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 현충일이 지나고 나면 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그 날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날에는 꼭 시간을 내어 조용히 산책하거나, 관련된 글을 읽으려고 한다.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년 현충일에는 집에서 뒹굴기만 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서 뿌듯하다.
오후에는 집에 돌아와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부산의 봄은 짧고 여름은 길지만, 현충일 즈음의 날씨는 딱 적당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맑고, 가끔 새들이 날아간다. 이런 평화로운 순간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되새기게 된다. 커피를 마시며 문득 든 생각은, 우리가 매일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수많은 사람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의 일상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기억’의 중요성이다. 현충일은 단순한 빨간 날이 아니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상기시켜주는 시간이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이 날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꼈다는 게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다. 국가보훈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한다. 비록 나는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상 속 소소한 발견들을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하려 한다. 부산 사나이로서, 때로는 무거운 주제도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게 내 스타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좀 더 가벼운 이야기로 찾아오겠다.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