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재미난 소식을 접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고흥·무안·여수·서산갯벌을 세계유산으로 확대 등재하라고 권고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내려진다고 한다. 부산에서 이런 국제적인 결정이 난다는 게 왠지 자랑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갯벌’ 하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어서 좀 민망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갯벌에 대해 잘 몰랐다. 부산 하면 광안리 해수욕장이나 자갈치 시장, 그리고 최근에는 BTS 콘서트 같은 게 떠오르지 갯벌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비즈 기사를 읽으니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이 생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특히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중간 기착지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매년 봄과 가면 수만 마리의 도요새와 물떼새가 이곳을 거쳐 시베리아와 동남아시아를 오간다. 이 중에는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서남해안 갯벌이 없으면 이들 철새의 이동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만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나도 어릴 때 할아버지 손 잡고 낙동강 하구 갯벌에 간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냥 진흙밭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게며 조개며 작은 생명체가 엄청 많았다. 할아버지는 “이게 다 보물이다” 하시면서 주황색 손수건에 조개를 주워 담으셨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갯벌 생태계의 가치를 일깨워 주시려던 게 아니었을까. 할아버지는 평소에 “땅은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물과 땅이 만나는 곳에 더 큰 생명이 산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 와서 보면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함축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번 유네스코 확대 등재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든 생각은, ‘부산은 왜 빠졌을까’였다. 강원도나 전라도 갯벌은 유명한데, 부산 갯벌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낙동강 하구도 엄연히 갯벌이고, 을숙도나 명지 쪽에는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개발 압박이 심해서인지 보존보다는 매립과 공단 조성에 더 신경 쓴 느낌이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명지지구와 녹산공단 조성으로 대규모 매립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갯벌 면적이 급격히 줄었다. 부산시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와 비교해 낙동강 하구 갯벌 면적이 약 40%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자연훼손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로 낙동강 하구는 1987년부터 시작된 낙동강 하구둑 건설로 인해 해수의 유통이 막히면서 생태계가 크게 변했다고 한다. 그 뒤로 갯벌 면적이 줄고, 서식하던 철새 수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하구둑 이후 갯벌 면적이 약 30% 감소했다고 하니, 자연과 개발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하구둑 건설로 인해 담수화가 진행되면서 염생식물 군락이 사라지고, 대신 갈대와 같은 담수 식물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실로 이어졌다. 원래 갯벌에서는 칠면초나 나문재 같은 염생식물이 자라며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그 면적이 크게 줄었다.
물론 부산시에서도 최근에는 생태 보전에 신경 쓰고 있다. 을숙도 생태공원이나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나도 블로그를 하면서 부산 사나이 이야기나 BTS 같은 대중문화 얘기는 많이 해도 갯벌 같은 환경 주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좀 더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도 해보려고 한다. 사실 지난주에 을숙도 생태공원에 갔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안내판에는 다양한 철새 정보가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반면 해운대 해수욕장은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관광과 놀이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실 나는 원래 환경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시간이 생기니 주말마다 부산 근교를 돌아다니게 됐고, 자연스럽게 갯벌이나 습지를 자주 가게 됐다. 특히 임랑해수욕장 근처 갯벌은 한적해서 좋다. 거기서 혼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작년 가을에는 임랑 갯벌에서 알락꼬리마도요 떼를 본 적이 있다. 해질녘에 수백 마리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 순간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유네스코 확대 등재 추진을 보면서 든 생각은, 부산 갯벌도 언젠가는 세계유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갯벌의 가치를 알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실제로 서산갯벌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정화 활동을 펼치고,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유네스코 등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이런 풀뿌리 운동이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는 BTS 콘서트나 관광 인프라에 많은 돈을 쏟고 있다. 물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 유산에 투자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갯벌이 보존되면 생태 관광 자원이 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부산일보 기사에서도 갯벌 생태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더라. 예를 들어, 낙동강 하구에서 카약 투어나 철새 관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갯벌 체험 학습장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자연 교육의 장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부산 갯벌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다.
아직 부산 갯벌이 세계유산 후보에 오른 건 아니지만, 이번에 다른 지역 갯벌이 확대 등재되면 부산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부산시와 시민들이 함께 나서서 낙동강 하구 갯벌의 보존과 복원에 힘써야 할 때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전해서 인식 변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다음 주에는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를 직접 탐방한 후기를 올릴 예정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느끼는 점은, 부산이 생각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거다.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번화가만 있는 게 아니라, 조용한 갯벌과 습지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앞으로도 이런 자연을 소개하는 글을 자주 써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재미난 소식이나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러 오겠다.